전국 24개 대학서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고령사회 해법 될까
대한민국은 지금,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층에 속하게 됩니다. 이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돌봄·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현장에 나설 요양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내년부터 전국 24개 대학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을 개설한다는 소식입니다. 이는 단순히 외국 인력을 들여오는 차원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제도권 안에서 이들을 교육해 전문성을 갖춘 요양 인력으로 길러내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이 정책이 과연 고령화 사회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 문제를 다각도로 짚어보겠습니다.
- 고령화와 돌봄 공백의 그림자
우리나라 요양보호사 제도는 2008년 도입 이후 빠르게 자리 잡았지만, 인력난은 여전합니다.
자격증 소지자 약 200만 명, 그러나 실제 활동 인력은 절반도 안 됨
근무 강도 대비 낮은 임금: 평균 월급 200만 원 남짓, 장시간 근무와 감정노동 부담
높은 이직률: 입사 1년 이내 퇴사율이 30%를 웃도는 곳도 존재
특히 농촌과 지방 중소도시는 요양보호사 부족으로 시설이 운영난에 빠지기도 합니다. 가족들이 직접 돌보거나, 사설 간병인을 쓰는 경우가 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외국인 요양보호사 제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인력 공백이 있습니다.
- 전국 24개 대학에 신설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될 이 교육 과정은 전문대학 중심으로 전국 24곳에서 개설됩니다.
단순히 단기 강좌가 아니라, 정규 교과 과정 속에 포함된 프로그램입니다.
대상자: 국내 거주 외국인, 신규 입국 유학생, 특정 국가와 협약을 통해 선발된 인력
교육 내용
요양보호사 국가자격 취득을 위한 필수 과목
한국어 집중 교육 및 현장 실습
노인·치매·장애인 돌봄 실습 중심 교육
문화적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
기간: 6개월~1년 과정, 수료 후 요양보호사 시험 응시 가능
지원제도: 등록금 일부 정부 보조, 대학 기숙사 제공, 생활 적응 프로그램 운영
특히 이번 과정의 특징은 한국어 교육 강화에 있습니다. 그동안 외국인 간병인들이 언어 소통 문제로 어르신 돌봄에 한계를 보였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능력을 필수 요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
이번 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돌봄 인력난 해소입니다. 정부는 연간 수천 명 규모의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양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넓은 정책적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돌봄 서비스의 안정화
자격을 갖춘 인력이 제도권 안에서 활동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높임.
지역 대학의 활로 마련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 유치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음.
다문화 사회 적응 기반
외국인 인력을 단순 노동자가 아닌,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음.
사회적 비용 절감
요양시설 인력 공백이 줄어들면 가족의 간병 부담이 완화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의료·복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음.
- 찬성과 기대의 목소리
정책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많습니다.
요양시설 관계자: “돌봄 인력이 부족해 문을 닫을 위기까지 갔는데, 외국인 인력이 큰 힘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 “단순히 인력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을 통한 전문성 확보가 장점이다.”
가족들: “부모님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력이 늘어난다면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
특히 일본이나 독일처럼 외국인 간호·돌봄 인력을 제도화한 나라들의 사례를 들며,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큽니다.
- 반대와 우려의 시선
반면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임금·근무 조건 악화 우려
“외국인 인력이 유입되면 임금이 더 낮아지고, 기존 한국인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는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
의사소통 문제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르신들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 특히 치매 환자 돌봄의 경우, 언어 소통이 핵심인데 이를 보완할 대책이 필요.
사회적 갈등
“한국인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외국인 혐오나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
일시적 땜질 처방
인력난의 근본 원인은 열악한 근무 환경인데,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외국인 인력으로 메운다면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
- 해외 사례에서 얻는 교훈
일본: EPA 협정으로 필리핀·인도네시아 인력을 받아들였지만, 일본어 시험 장벽과 낮은 임금으로 정착률이 낮음.
독일: 필리핀·베트남 등과 협력해 외국인 간호사를 적극 수용, 체류 안정성을 보장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
교훈: 언어 교육·문화 적응 지원, 체류 안정성 확보가 없다면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음.
한국 역시 이 같은 교훈을 참고해, “교육-체류-정착”이 이어지는 완결형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제도가 성공하려면 필요한 조건
근로조건 개선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더라도, 근무 환경이 나쁘면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임금 인상, 휴식 보장,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가야 합니다.
언어·문화 교육 강화
단순한 한국어 교육이 아니라, 노인과의 소통 방식·문화적 배려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장기 체류 유도
일정 기간 근속하면 영주권, 가족 동반 등 인센티브 제공.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어야 숙련 인력이 유지됩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
국민에게 외국인 요양보호사 제도의 필요성과 장점을 알리고, 차별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앞으로의 전망
전국 24개 대학에서 시작되는 이번 제도는 분명 고령사회 대응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정책 설계의 섬세함과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습니다.
제대로 운영된다면, 요양 인력난 해소와 함께 다문화 사회로의 연착륙을 돕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면, “외국인 인력 땜질”이라는 비판 속에 실패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해법일까, 또 다른 과제일까
“전국 24개 대학서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이라는 정책은 분명 시의적절한 대응책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고령사회 문제의 해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정책을 계기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은 더 많아졌습니다.
돌봄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인정할 것인가?
외국인 인력을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돌봄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결국 이번 제도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성공 여부는 정부와 대학,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얼마나 성숙하게 이 제도를 운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고령사회 해법이 될지, 또 다른 과제가 될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